로또 1등 당첨자 수 조작된거 아니야? 의심은 합리적이다
“예전에는 1등 나오면 3명, 4명이었는데… 요즘은 기본이 10명이고 많으면 20명, 심지어 50명까지 나오네? 2등은 600명이고? 이게 말이 돼? 짜고 치는 고스톱 아냐?”
매주 토요일 저녁 8시 45분, 로또 번호가 발표될 때마다 커뮤니티는 폭발합니다. “녹화 방송이다”, “볼에 자석 심었다”, “정부가 세수 부족해서 조작한다” 등 온갖 음모론이 판을 칩니다.
저 또한 대학에서 데이터를 전공한 사람으로서, 세상 돌아가는 꼴을 늘 냉소적이고 삐딱하게 바라보는 게 습관인지라 의심부터 하고 봅니다. 그래서 남들처럼 욕만 하는 대신, 262회(2007년)부터 1206회(2026년)까지 18년 치, 약 6만 건의 당첨 데이터를 전수 조사해 봤습니다.
과연 최근의 당첨자 폭증은 ‘조작’의 증거일까요, 아니면 ‘통계’의 장난일까요? 데이터를 까본 결과, 우리는 언론의 공포 마케팅에 철저히 속고 있었습니다.
[분석 1] 1등 당첨자 수, 정말 폭증했을까? (데이터 vs 기분)
먼저 감(Feel)이 아니라 숫자(Data)를 봅시다.
저는 동행복권 공식 홈페이지에 박제된 262회(2007년)부터 최근 1206회(2026년)까지, 총 18년 치의 당첨 결과를 모조리 긁어모았습니다.
진짜 뒤질뻔했습니다. 저같은 노가다를 한 사람은 없을걸요? 저의 원 데이터는 보물과도 같은 데이터라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회차별 1등 당첨자 수를 카운팅하고, 노이즈를 제거하기 위해 이동평균선을 그려 추세를 시각화했습니다. 총 950여 회차, 수천 명의 당첨자 데이터를 한 장의 그래프로 압축한 결과입니다.

[그래프 1 : 회차별 1등 당첨자 수 산점도 & 이동평균선]
보이시나요? 붉은색 실선(평균적인 당첨자 수)을 보면 2007년 약 6명에서 시작해 2026년 현재 약 13~14명 수준으로 매우 완만하게 우상향했습니다.
“어? 2배나 늘었으니 폭증 맞잖아?”라고 반문하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엔 결정적인 변수(Variable)가 빠져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로또를 얼마나 많이 샀는가’입니다.
[분석 2] 당첨자가 늘어난 진짜 이유: 조작이 아니라 ‘이것’
로또 1등 확률은 814만 분의 1입니다. 이 확률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왜 당첨자는 늘었을까요? 아주 단순한 산수입니다. ‘주사위를 던지는 횟수(판매량)’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프 2 : 연도별 판매액(막대) vs 평균 당첨자 수(꺾은선) 이중축 차트]
- 2008년: 회차당 약 450억 판매 -> 기대 당첨자 약 6명
2025년: 회차당 약 1,100억 판매 -> 기대 당첨자 약 13.5명
우리가 불경기에 일확천금을 노리며 로또를 예전보다 2배 이상 더 많이 샀기 때문에, 기계적으로 당첨자도 2배 나온 것입니다. 이것은 조작이 아니라 ‘대수의 법칙(Law of Large Numbers)’이 정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오히려 시스템이 정상이라는 증거입니다.
[분석 3] 가끔 터지는 ‘1등 50명’의 정체 (범인은 기계가 아니다)
그렇다면 가끔 그래프를 뚫고 천장을 치는(1등 50명, 2등 600명) 미친 회차들은 도대체 뭘까요? 통계적으로 설명이 안 되는 이 ‘이상치(Outlier)’들이 바로 조작의 증거 아닐까요?
여기서 재밌는 데이터를 발견했습니다. 저는 소위 ‘대박 터진 회차’들의 구매 패턴을 분석해 봤습니다.
이 역시 제가 가져온 로데이터, 즉 모든 회차의 1등과 2등 당첨자수와 1등 당첨자의 경우 자동인지 수동인지 정보를 담은 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했던 분석입니다.

[그래프 3 : 당첨자 폭증 회차의 ‘자동 vs 수동’ 비율 누적 막대그래프]
1등 당첨자가 15명 이상인 회차만 뽑아서, 당첨자가 ‘자동’인지 ‘수동’인지 비율을 보여준 그래프입니다. 당첨자가 폭발한 날, 즉 15명이상인 날은, 유독 수동의 비율이 유의미하게 높습니다.
즉, 범인은 기계(자동)가 아니라 사람(수동)이었습니다. 로또 기계는 눈이 없습니다. 그냥 무작위로 공을 던질 뿐입니다. 하지만 사람은 ‘패턴’을 좋아합니다.
- 행운의 숫자 7로 도배하기
- 시험지 마킹하듯 대각선으로 긋기
- 지난주 당첨 번호 그대로 찍기
등, 등 등……..
수동으로 찍는 것은, 즉 수동으로 번호를 찍은 사람이 많은 회차는 이렇게 보시면됩니다.
814만 개의 번호 조합이라는 넓은 운동장에 사람들이 골고루 서 있는 게 아니라, 특정 구역(인기 패턴)에만 수천 명이 바글바글 모여 있는 꼴입니다.
평소에는 빈 곳에 공이 떨어져서 1등이 적게 나오지만, 하필이면 기계가 던진 공이 사람들 바글바글한 그 ‘핫플레이스’에 떨어진 날. 그게 바로 당첨자 50명이 나오는 날입니다.
누군가 조작해서 50명을 만든 게 아니라, 사람들이 몰려있는 번호에 눈먼 공이 우연히 굴러들어갔을 뿐입니다.
이건 저만의 생각이 아닙니다. MBC 뉴스에서도 이 현상을 분석했습니다.
서울대 통계연구소 의뢰 결과, 특정 번호 쏠림 현상으로 인해
“1등 50명 이상 당첨될 확률이 31%나 된다”고 밝혔습니다. 즉, 50명 당첨은 기적이 아니라 통계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일입니다.
결론: 기계는 죄가 없다, 그렇지만 명당은 살아있다.
18년치 6만 건의 데이터를 일일이 다 분석한 저의 결론은 이렇습니다.
- 갑작스런 당첨자 폭증은 없다. (판매량 증가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
- 가끔 튀는 건 ‘수동 쏠림’ 탓이다. (조작이 아니라 인간의 심리가 만든 결과다.)
- 시스템은 너무나도 정상이다.
자, 이제 로또판이 ‘사기 도박장’이 아니라는 건 데이터로 증명되었습니다. 확률은 공평하게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확률이 같다고 해서 ‘기운’까지 같은 건 아닙니다.
전체 파이(당첨자 수)는 그대로인데, 그 파이를 가져가는 ‘가게’들은 계속 바뀝니다. 과거의 영광에 취해 2등도 안 나오는 ‘죽은 명당’에 줄 서지 마십시오. 데이터는 지금 터지고 있는 곳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인터넷에 떠도는 ‘철 지난 명당’ 말고, 최근 2년 데이터를 기반으로 지금 1등 기운이 펄펄 끓고 있는 ‘진짜 명당 TOP 50’* 공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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