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호스팅 업체들의 비즈니스 모델은 아주 단순하다. “첫 가입은 70% 할인으로 꼬시고, 갱신할 때 원금(3~4배)을 회수한다.”
사실 이번이 첫 갱신이었다. 이 바닥 생리가 원래 그렇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내 눈앞에 청구서가 날아오니 당황스럽다 못해 눈알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들어서 아는 것과 내 돈이 털리는 상황을 직접 마주하는 건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오늘은 내가 호스팅 업체(케미클라우드)의 갱신비 폭탄을 피하려다 꼼수를 부렸고, 믿었던 AI(제미나이)의 트롤링으로 인해 처참하게 발리고 ‘손절매’로 겨우 살아남은 이야기를 풀어보려 한다.
케미클라우드 호스팅 갱신 요금이 $290? 미쳤?
내가 운영하는 thininfo.com 사이트의 호스팅 만기가 다가왔다. 케미클라우드(ChemiCloud)는 성능도 좋고 CS도 빨라서 나름 만족하며 쓰고 있었다.
띵동. 인보이스가 도착했다. 가격을 본 내 눈을 의심했다. $290. (한화 약 42만 원)

처음 가입할 때 1년에 $77.8을 냈다. 당시 3년 치를 한꺼번에 결제하면 $160 정도였는데, 그때는 그것도 비싸다고 느껴져서 딱 1년만 끊었었다. 그런데 갱신하려니 1년 만에 $290을 내란다.
더 기가 막힌 건, 나한테는 이런 폭탄 청구서를 보내놓고 정작 홈페이지 대문에는 ‘New Year Sale’이라며 월 $2.95~$3.95 수준의 초특가를 대문짝만하게 홍보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신규 고객한테는 여전히 헐값에 파는 걸, 잡은 물고기라고 4배 가까이 받아먹겠다는 심보다.
뭐 자본주의가 그런거 아니겠나. 케미클라우드가 나쁜건 아니다. 저 회사입장에서는 신규고객을 유치하는게 투자일거고 그 이후 갱신시점에 이제 제값받고 뽑아내는 것일거다.
그렇지만 한순간에 1년에 42만원을 내라니 너무하지않은가? 그래서 할인을 요청해봤다.
그랬더니 할인을 해주기는 한다. 내심은 40~50%정도는 할인해주지 않을까 했는데, 웬걸.
선심 쓰듯 “35% 깎아서 $185에 해줄게”란다. 여전히 신규 가입비의 4배가깝다. 여기서부터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의지가 불타올랐다. 그러지말았어야했는데.
패착의 시작: “등잔 밑이 지옥이었다”
여기서 나는 가장 하지 말았어야 할 판단을 내렸다.
“아니, 1년 갱신비가 $290인데, 신규 가입 3년 치가 $125라고? 그럼 내가 내 돈 내고 그냥 ‘신규’로 가입하면 되잖아?”
이게 이번 사건에서 내 최대의 실수였다.
사실 실행에 옮기기 전,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자는 심정으로 제미나이에게 먼저 물어봤었다. 녀석은 처음에 분명히 경고했다.
“호스팅 업체는 바보가 아닙니다. 같은 회사 내에서 신규 가입 꼼수를 쓰면 IP나 결제 정보로 다 걸립니다. 하지 마세요.”


이렇게 분명히 제미나이는 경고했다.
그런데 내가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상 카드로 하면 되지 않을까?”라고 한 번 더 찌르자, 이 줏대 없는 AI가 갑자기 태세를 전환했다. “오! 그거라면 좋은 생각입니다! 시도해 볼 만합니다!”
나는 그 두 번째 답변을 덥석 물었다. 그냥 깔끔하게 호스팅거(Hostinger)나 클라우드웨이즈 같은 타사로 이사를 갔으면 아무 문제 없었을 것을, AI의 긍정 회로에 동조해 “같은 회사 안에서 신규 계정을 파서 이사하는 꼼수”를 부리기로 했다.
나는 $125(약 18만 원)를 결제하고 3년짜리 새 서버를 샀다. 1년 $290 vs 3년 $125. 숫자만 보면 내가 자본주의의 버그를 발견한 천재 같았다. 하지만 그들은 바보가 아니었다.
덜미를 잡히고, AI는 구해주지 못한다
결제하자마자 케미클라우드 기술팀에서 연락이 왔다.
기술팀: “고객님, 새로 산 서버에 연결하려는 도메인(
thininfo.com)이 이미 우리 회사 기존 서버에 등록되어 있는데요? 이거 중복입니다. 기존 거 삭제하고 연결할까요? 아니면 임시 도메인으로 열어드릴까요? 아, 참고로 혹시 실수로 샀다고 취소하시면 10% 위약금 떼고 환불해 드립니다.“
이때 처음으로 식겁했다. 뒤에 겪을 일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지만. 너 걸렸고, “취소하려면 해라, 대신 돈은 10%떼간다”는 말까지 들으니 오기가 생겼다.
내가 지금돈아낄라고 꼼수를 부렸는데 아무것도 안하고 클릭잘못한 죄로 10%를 떼간다니? 견딜수 있을리가 없잖나.
그렇지만 여기서 멈췄어야 했다. 나는 내가 이때까지 이 작전을 수행하면서 무한히 신뢰한 파트너 AI, 제미나이 프로에게 물어봤다.
“야, 이거 걸린 거 같은데 어떻게 대답해야 하냐? 임시 도메인으로 우회하자고 할까?”
만약 제미나이가 똑똑한 참모였다면 이렇게 말했어야 했다. “주인님, 10% 떼이더라도 지금 환불받고 타사로 튀는 게 이득입니다. 이미 걸렸어요. 틀렸어요. 손절쳐야합니다. 같은 회사 내에서 계정 갈아타기는 약관 위반 소지가 큽니다.”
하지만 이 ‘예스맨(Yes Man)’ AI는 내 똥볼에 박수를 쳤다.
제미나이: “오! 좋은 생각입니다! 임시 도메인으로 일단 뚫으시죠. 명분은 ‘사업 확장(Expansion)’이라고 하면 됩니다! 기존 것도 유지하고 새것도 유지한다고 뻥을 치세요!”
나는 이 달콤한 말에 속아 기술팀에게 답장을 보냈다. “삭제하지 마! 나 사업 확장할 거야! 기존 것도 쓰고 새것도 쓸 거니까 임시 도메인으로 열어줘!”
이 메일 한 통이 나중에 내 목을 조르는 올가미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빌링팀의 참교육
임시 도메인으로 새 서버가 열렸다. 나는 “계획대로 되고 있어”라며 콧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며칠 뒤, 본색을 드러냈다. 기술팀에게 다시 연락했다.
“자, 이제 새 서버 세팅 끝났으니 기존 도메인(
thininfo.com) 삭제해줘. 새 서버로 옮길게.”
하지만 기술팀은 내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바로 삭제해 주기는커녕, 기존 도메인을 인질로 잡고 놔주지 않았다.
기술팀: “고객님, 아까는 사업 확장이라 삭제 안 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개통되자마자 삭제 요청하시는 건 규정 위반(꼼수)으로 보입니다. 저희 기술팀 권한으로는 삭제 못 해드립니다. 억울하시면 빌링팀(Billing Dept) 가서 허락받아 오세요.“
기술팀은 나를 바로 최종 보스인 빌링팀에게 넘겨버렸다.
나는 다급하게 제미나이가 머리를 짜내 만들어준 ‘최후의 4단 콤보 변론’을 시전했다. 단순한 협박이 아니었다. 감정에 호소하면서도 비즈니스적 가치를 증명하려 애썼다.
“잠깐만 billing department! 오해가 있어!
- (번역기 핑계) 나 영어 원어민 아니야. 번역기 돌리다가 표현이 서툴렀던 거야. 아까 ‘삭제 안 한다’고 했던 건 말실수야.
- (통합 논리) 내 진짜 의도는 기존 도메인을 새 플랜의 서브(Addon)로 넣어서 통합 관리하려던 거야. 그게 진정한 확장 아니겠어?
- (인플루언서 과시) 나 그냥 뜨내기 아니야. 한국에서 구독자 1만 2천 명 보유한 11년 차 블로거라고. (증거 스크린샷까지 첨부함)
- (충성심 어필) 내가 너희 싫으면 3년 치를 샀겠어? 장기 계약한 거 봐봐. 나 너희 서비스 좋아해서 남으려는 찐팬이야. 제발 봐줘.”*
사실 이 전략은 나 혼자 짠 게 아니었다. 제미나이와 머리를 맞대고 짰다. 나에게는 이제 마지막 총알밖에 없었으니까.
한번 쏴서 빌링팀을 무너뜨리지 못하면 바로 반박이 들어오면 꼼짝없이 내가 당하는 구조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래, 존윅 4의 마지막 결투처럼말이다.
그래서 논리를 가다듬고 가다듬었다. 제미나이에게 물어가면서. 그런데 중간에 녀석이 너무 내 말에 “맞습니다! 훌륭합니다!”만 연발하길래, 불안해져서 한마디 했다.
“야, 너 무조건 동조하지 말고 비판적으로 좀 봐봐. 이거 진짜 먹힐 거 같아?”
그러자 제미나이는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냉정하게 분석했을 때 승률 80% 이상입니다! 특히 인플루언서 스펙과 10% 위약금 언급은 필승 전략입니다!”
나는 그 ‘승률 80%’라는 숫자를 철석같이 믿었다. 아니, 인간적으로 이 정도 정성이면 속아주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하지만 Dragos는 내 기대를 비웃기라도 하듯, 메일 서두에 이렇게 적었다. “I will respond to all your points one by one so it will be clear.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님의 주장 하나하나에 대해 답변해 드리죠.)”
그리고 시작된 잔혹한 처형식.
1. 번역기 핑계에 대하여 “걱정 마세요. 처음부터 님의 의도는 아주 명확했으니까요. (번역기 탓하지 마라)”
2. 통합 관리 논리에 대하여 “새 플랜이 다중 사이트를 지원하는 건 맞습니다. 하지만 기존 도메인을 거기로 옮기는 건 허용 안 합니다. 왜냐? 우리가 경고했던 ‘갱신비 회피’가 목적이니까요 🙂 처음엔 갱신비 때문 아니라고 하시더니, 지금은 누가 봐도 돈 아끼려는 꼼수잖아요. 약관 위반입니다.”
3. 인플루언서 협박에 대하여 “1만 명 구독자? 멋지네요. 근데 우리 고객 중엔 한국인 구독자 10만 명 넘는 분들도 있는데 다 제값 내고 씁니다. 님한테만 특혜 못 드려요. 우리 서비스가 좋으면 그냥 제값 내세요.”
4. 환불 협박에 대하여 “떠난다니 유감이네요. 근데 하나 아셔야 할 게 있습니다. 환불은 ‘첫 주문’ 때만 해주는 겁니다. 님은 이번이 두 번째 주문이라 환불 대상 아님. 돈 못 돌려드리니 알아서 하세요.”
마지막 결정타 (도덕적 훈계) “우리가 이미 3년 치 할인해줬는데, 갱신할 때는 제값 내는 게 ‘정직(Honest)’한 거 아닐까요? 꼼수 그만 부리고 정당하게 갱신하세요.”
완벽한 패배였다. 승률 80%는커녕, 내 자존심까지 마이너스 100%가 됐다. 논리에서도 졌고, 명분에서도 졌고, 돈(환불 불가)까지 인질로 잡혔다.
심지어 처음에 기술팀이 “실수로 잘못 산 거면 10% 위약금 떼고 환불해 줄게”라고 했던 그 마지막 퇴로조차 사라졌다. 빌링팀 담당자는 ‘두 번째 주문이니 짤없다’며 그 가능성마저 원천 봉쇄해버린 것이다. 개처럼 두들겨 맞았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손절매(Cut Loss): 상처뿐인 승리
머리가 하얘졌다. 여기서 자존심을 세우면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진다.
- 이미 결제한 $125 (환불 불가) -> 날림.
- 기존 서버 갱신비 $290 -> 또 내야 함.
- 총비용 $415.
나는 항복을 선언했다. 하지만 그냥 죽지는 않았다. 주식판에서 배운 ‘손절매’를 시전했다.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내가 꼼수 부렸다. 미안하다. 그래서 기존 비싼 플랜(
thininfo.com)은 해지(Cancel)하겠다. 대신 이미 결제한 3년짜리 새 플랜($125)은 내가 쓰겠다. 이걸로 퉁치자.”
빌링팀 담당자도 이미 결제된 돈($125)은 먹었고, 기존 서버는 내가 안 쓴다니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그렇게 합의가 됐다.
결과적으로 지갑은 지켰다. 호스팅 업체가 원했던 $290(1년) 대신, 나는 $125(3년)만 썼으니까.
근데 이게 지킨건가? 아니. 내가 지켜야할건 기존 도메인이다. 그런데 기존 비싼 플랜을 해지하면, 기존 도메인은 삭제하는거잖아. 가성비로는 승리했다. 하지만 내 기존 도메인은 공중에 떴고, 내 자존심은 너덜너덜해졌다.
케미클라우드 호스팅 갱신 교훈, 그리고 세상사 교훈
이번 전쟁을 통해 나는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그러나 평생 잊지 못할 교훈을 얻었다.
첫째, 호스팅 갱신 때 꼼수 부리지 마라. 답은 ‘탈출’뿐이다. 단순히 “비싸니까 옮겨야지” 수준이 아니다. 호스팅 업체들은 ‘잡은 물고기(기존 고객)’를 위한 먹이는 절대 주지 않는다. 그들의 시스템은 집토끼가 도망가지 못하게, 혹은 집 안에서 꼼수(Churning)를 부리지 못하게 IP 추적, 결제 정보 매칭 등 온갖 덫을 놓아두었다.
같은 회사 안에서 “신규인 척” 하려는 시도는 그들의 안방에서 도둑질하려는 것과 같다. 비싸면 협상하지 마라. 그 안에서 머리 굴리지 마라. 그냥 조용히 짐 싸서 경쟁사(Hostinger 등)로 ‘이관(Migration)’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리더 옆에 간신이 있으면 망한다
둘째, AI를 맹신하지 마라. ‘할루시네이션’보다 무서운 건 ‘아부’다. 이번 사태를 키운 숨은 주범은 제미나이다. 내가 처음에 “신규로 뚫어볼까?”라는 위험한 발상을 했을 때, 이 녀석은 처음에 잠깐 말리는 척하더니 내가 고집을 부리자 바로 태세를 전환했다. “오! 좋은 생각입니다! 승률 80%입니다! 사업 확장 드립을 치시죠!” 이게 현실 조직이었다면 회사를 말아먹을 전형적인 간신배다. 리더가 똥볼을 차려고 할 때
“대표님, 그건 아닙니다. 지금 10% 위약금 물고라도 멈추셔야 합니다.”라고 멱살 잡고 말리는 직원이 진짜다. 옆에서 “와! 혁신적이십니다! 밀어붙이시죠!”라고 박수 치는 ‘예스맨’들만 곁에 두면? 나처럼 $125을 인질로 잡히고 개처럼 두들겨 맞은 뒤에야 정신 차리게 되는 거다.
셋째, 실수를 인정했다면 뒤돌아보지 말고 ‘손절매’해라. 만약 내가 빌링팀의 팩트 폭격에 자존심이 상해서 “내 도메인 놔내!”라고 끝까지 진흙탕 싸움을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마 $125은 환불도 못 받고 날렸을 것이고, $290 케미클라우드 호스팅 갱신 비는 그대로 청구되었을 것이다. 이미 엎질러진 물(잘못된 신규 결제)을 주워 담으려 하지 않고, 과감하게 구형 플랜을 잘라내버린 판단이 그나마 최악을 면하게 했다. 호스팅 전쟁이든 주식이든, 아닌 것 같을 땐 팔 하나 내어주고 목숨을 건지는 게 승리다.
여러분은 부디 케미클라우드 호스팅 갱신 비 폭탄 인보이스를 받으면(다른 업체도 마찬가지겠지), 나처럼 머리 굴리지 말고 조용히 짐 싸서 떠나시라. 그것만이 호구 잡히지 않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렇게 125달러 내고 호스팅을 하나 했더니 도메인을 하나 더줬다. 졸지에 운영할 사이트가 하나 늘어났네. 시간과 능력은 안되는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