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답은 널렸지만 ‘진짜’는 드물다
AI 시대에는 답을 구하는 것이 어렵지 않다. 챗GPT, 퍼플렉시티, 그리고 구글의 제미나이(Gemini)까지 수많은 AI가 범람하고 있으니까. 질문만 던지면 AI는 순식간에 길고 그럴싸한 답변을 쏟아낸다.
문제는 “그렇게 뱉어낸 답변이 과연 쓸모 있는 것인가?”이다. 물론 AI가 내놓은 답이 맞는지 검증하는 것도 인간의 몫이다. 하지만 검증보다 더 쉽고 효율적인 길은, 애초에 ‘질문(Prompt)’을 제대로 하는 것이다. 좋은 질문을 던지면 AI가 헛소리할 확률이 확 줄어든다.
“올바른 답을 구하려면 질문을 잘해야 한다.” 이건 동서고금의 진리다. 예전엔 공부 좀 한다는 사람들만 알던 이 진리가, AI의 대중화 덕분에 이제는 전 국민의 관심사가 되었다. 물론 여전히 대다수는 “AI가 답 줬으니 됐어(틀리든 말든)” 하고 넘어가겠지만 말이다.

조금 일찍 나온 책, 하지만 지금도 유효한 통찰
이 책 <챗지피티와 바드 질문법>은 제목만 봐도 알 수 있듯 나온 지 좀 된 책이다. 제목의 ‘BARD(바드)’는 구글의 생성형 AI 서비스였는데, 지금은 ‘제미나이(Gemini)’로 이름이 바뀌었다. (물론 이름만 바뀌었지 구글의 파운데이션 AI로서 여전히 건재하고, 특히 유튜브 요약 기능은 제미나이가 짱이다.)
저자는 챗GPT가 세상에 나오자마자”이 도구를 제대로 쓰려면 결국 ‘질문력’이 핵심이겠구나”라는 걸 간파하고 이 책을 썼다. 아마도 저자가 원래 독서와 글쓰기를 업으로 삼던 사람이라, “좋은 질문이 좋은 지식을 만든다”는 본질을 꿰뚫어 본 듯하다.
3년 전보다 AI 기술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이 책의 가치는 여전하다. 아니,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 AI 성능이 좋아질수록, 그 성능을 어디로 튈지 정하는 건 결국 사용자의 ‘질문의 방향(Direction)’이기 때문이다.
솔직 리뷰: 투머치 토커(TMT) 기질이 다분하다
자, 이제 순도 100% 솔직한 리뷰 들어간다. 책을 펼치면 생각보다 굉장히 장황하다. 제목은 ‘질문법’인데, 당장 써먹을 꿀팁이 바로 나오는 게 아니라 “왜 질문이 중요한가?”에 대해 수십 페이지를 할애한다.
저자가 이 책의 취지에 공감하게 하려고 빌드업을 쌓는 건 알겠는데… 너무 길다. “요점은 하나인데 길게 풀어쓰는 재주가 있다.” 읽다 보면 필리버스터 같다는 생각도 들고, 딱 100% 문과 감성이라는 생각도 든다. (칭찬이자 비판이다.)
약 10년 전 유행하던 자기계발서의 향기가 짙게 난다. 그런데 그런 고전적인 문법으로 최첨단 AI인 챗GPT를 논하고 있으니 묘한 아이러니가 느껴진다.
하지만 이해는 간다. 요즘 AI 강사들을 보면 원래 엑셀이나 글쓰기를 가르치던 분들이 많다. 도구가 ‘엑셀’에서 ‘AI’로 바뀌었을 뿐, 본질인 ‘업무 효율화’나 ‘지식 생산’은 같으니까. 저자 역시 문과 특유의 감성으로 AI라는 딱딱한 주제를 아주 풍성하고 쉽게 풀어내려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이 책에서 얻은 것: “질문 없는 사람은 도태된다”
책 내용이 좀 늘어지긴 했지만(중언부언은 아니고 그냥 문장이 길다), 그래도 건진 건 확실하다.
나는 원래 질문이 없는 사람이다. 어딜 가나 손들고 질문해 본 적이 손에 꼽는다. 남이 알려주면 “그런가 보다” 하고 받아들이지, “저건 왜 저럴까?” 하고 궁금해하지 않는다. 내 인생 자체가 그랬다.
그런데 이 AI 시대에, ‘궁금한 게 없는 성격’은 치명적인 단점이 된다.
“자문자답을 할 수 있는 사람만이 올바른 답변을 얻을 수 있다.”
책에 나온 이 문구가 뼈를 때렸다. 생성형 AI는 도깨비방망이다. 그런데 “나와라 뚝딱!”이라고 외치려면(질문하려면), 내가 뭘 원하는지(궁금한지) 알아야 한다. 궁금한 게 없는 사람은 AI를 켜놓고 멍하니 쳐다만 볼 뿐이다. 반면 질문이 많은 사람은 AI라는 포크레인을 타고 지식을 마구 파낼 것이다.
AI 활용의 좋은 예: “모기는 왜 존재하는가?”
나는 주로 챗GPT나 퍼플렉시티를 ‘검색 시간 단축용’으로만 썼다. 네이버 검색 대신 답을 빨리 얻는 용도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의 지적 호기심을 채우는 용도로 한번 써봤다. 평소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모기’에 대해 물었다.
- 나의 질문: “모기는 인간에게 해만 끼치고 생태계에 도움도 안 되는데 왜 있는 거야? 멸종시켜도 되는 거 아니야?”
- AI의 답변 (요약): “인간을 무는 모기는 수천 종 중 극히 일부입니다. 대부분의 모기는 꽃가루를 옮기는 수분 매개자 역할을 하며, 새나 물고기의 중요한 식량원입니다. 모기가 사라지면 생태계 먹이사슬이 붕괴될 위험이 있습니다.”
아! 전혀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였다. 모기가 꽃가루를 옮긴다니. 예전 같았으면 네이버에 “모기의 쓸모”, “모기 효용”이라고 검색하다가 광고 글에 지쳐 포기했을 지식이다. 하지만 자연어로 툭 던지니, AI가 핵심 지식을 떠먹여 줬다. 이것이 바로 질문이 가진 힘이다.
마무리하며
초반 수십 페이지의 ‘빌드업’을 견딘다면, 이 책은 실질적으로 도움 되는 질문 팁들을 꽤 많이 제공한다.
어쩌면 책이 장황한 게 아니라, 숏폼과 릴스에 절여진 내 뇌가 참을성을 잃은 것일지도 모른다. 예전의 나였다면 밑줄 그어가며 읽었을지도 모르는 책이다.
AI 시대를 살아가면서 “나는 왜 질문이 없을까?”라는 고민이 든다면, 혹은 “AI한테 뭘 물어봐야 할지 모르겠다”면 일독을 권한다. 적어도 질문하는 태도는 배울 수 있을 테니까.
그리고 그런 질문의 방법에도 기술이 있다. 질문을 잘 하는 사람, 무언가 하고싶은 것이 먼저지만 질문을 잘 하는 스킬이 있다면 훨씬 많은 일들을 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시중에 나와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