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맛보면 끊을 수 없는 유료 AI
챗GPT 무료 체험 한 달이 끝났다. 신세계를 맛봤으니 계속 쓰고는 싶다. 무료버전과 유료버전의 멍청함의 정도는 차이가 너무 크기때문이다.
그렇지만 구독하려니 부담이된다. 매달 20달러(약 2만 7천 원)을 내는건 다른문제다. 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프리미엄도 돈이아까워서 구독을 하지 않는데 1년에 AI 채팅비로 1년에 30만 원 넘게 태운다? 내 월급 빼고 다 오르는 이 인플레이션 시대에 가당키나 한 일인가 싶다.
물론 AI를 쓰면 내 생산성이 오른다는 걸로 위로를 하면서 합리화를 하고싶기는한데 내가 당장 AI를 써서 뭐 이익을 내는 것도 아니니 그것도 설명이 안되는 것 같다.
대안을 찾다가 구글 제미나이(Gemini)를 봤다. 구글 생태계랑 연동도 되고 성능도 준수하다길래 갈아타볼까 했는데, 이쪽은 ‘구글 원 AI 프리미엄’이라는 이름으로 월 2만 9천 원을 달란다. 더 비싸다.
혹시나 해서 당근마켓을 켰다. 요새 OTT 공유 계정도 당근에서 거래되는 세상이니까. ‘제미나이’라고 쳤더니, 내 눈을 의심하게 만드는 가격표들이 쏟아졌다. 이건뭐, 혹시해서 쳐보니 당근뿐만이 아니다. 네이버에도 넘쳐나고 있다.

“제미나이 어드밴스드 1년 이용권, 2만 원.” 심지어 1만 5천 원짜리도 보인다. 정가가 연 35만 원인데 1만 5천 원이라니. 95% 할인?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숫자다.
순간 혹했다. 커피 몇 잔 값이면 1년을 쓴다는데 밑져야 본전 아닌가? 결제 버튼 위에서 손가락이 간질거렸다. 하지만 투자의 제1원칙.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으면 리스크가 있거나 사기다. 싼 데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전세사기나 당근사기를 포함해 자고로 모든 사고는 욕심에서 터진다.
나는 그정도는 알 만큼 사회를 겪지 않았는가?
그래서 이 시장의 구조를 한번 파봤다. 대체 무슨 재주로 구글의 가격 정책을 무시하고 덤핑을 치는 건지.
내가 스스로 조사를 한거니까 뭐 확신은 없고 틀릴 가능성도 있기는 한데, 그래도 일단 내가 알아본 선에서는 이건 “글로벌 환치기”와 “가족 쪼개기”의 합작품 인 것으로 보인다.
왜 이런결론을 낼 수 잇었는가? 바로 “애드센스 사용 계정은 위 상품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라는 문구가 큰 힌트를 주었다.
초저가 상품 제공이 가능한 메커니즘
이 업자들의 기술력? 대단한 해킹 기술 같은 건 없는 모양이다. 대단한 해킹기술 이 필요한 거였으면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팔고 있을리가 없다.아마도 플랫폼의 허점을 파고든 ‘디지털 보따리상’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맞을 것 같다. 내가 추측한 방법은 이렇다.
첫째, ‘가족 요금제’의 맹점 이용하기. 구글에서 제공하는 구글 원(Google One) 요금제는 한 명이 결제하면 최대 5명의 가족과 혜택을 공유할 수 있다. 업자는 이 5자리를 쪼개서 판다. 생판 모르는 남남끼리 사이버 가족이 되어 1/N을 하는 셈이다. 예전 넷플릭스 파티원 모집하던 그 방식 그대로다.
내가 해보니(저 상품에 가입한건 아니지만), 가족 공유로 초대가 되면 다른 사람들이 나랑 같은 가족이 누구인지는 안보이더라. 즉 초대하면 된다는 이야기.
둘째, 환율 차익(Arbitrage) 노리기.한국에서는 3만 원이지만, 튀르키예나 나이지리아, 이집트 같은 나라에서는 환율이 박살 나서 우리 돈 몇천 원 수준이면 결제가 가능하다. 업자들은 VPN을 돌려 그 나라 계정으로 ‘가족 관리자’가 된 뒤, 한국 사람들을 ‘가족 구성원’으로 초대한다.
원가는 몇천 원인데, 한국 사람들에겐 만 원, 이만 원에 판다. 마진율이 어마어마한 장사다. 우리가 싸게 사는 게 아니라, 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는 구조다.
한국에서 3만원주고 사서 4명을 더 초대해도 돈이 남는데, (나는 3만원에 사서 1.5만원짜리 4명을 가입시키면 3만원이 남는 구조) 다른 나라에서 몇천원짜리를 사면 돈이 더 남는것이다.
그런데 왜 챗GPT는 없고 제미나이만 넘쳐날까?
오픈마켓을 뒤져보면 제미나이(구글) 할인 판매는 널렸는데, 챗GPT(OpenAI)는 찾기 힘들다. 있어도 공유 계정이라며 아이디와 비번을 통째로 알려주는 찝찝한 방식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구글은 ‘가족 공유’ 시스템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악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메일로 초대장 링크 하나만 보내면 끝이다. 관리하기가 너무 편하다.
반면 OpenAI는 공식적인 가족 결제 시스템이 없다. 계정을 공유하려면 내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남에게 줘야 한다. 게다가 OpenAI는 동시 접속이나 비정상적인 접근을 칼같이 차단한다. 업자 입장에서 챗GPT는 ‘관리 난이도’가 너무 높고, 구글 제미나이는 ‘땅 짚고 헤엄치기’인 셈이다.
그러니 시장에 제미나이 매물이 쏟아질 수밖에.
“애드센스 승인 계정은 안 됩니다”의 진짜 의미
도대체 어떻게 이런게 가능한걸까. 힌트를 얻게 된건 상품 판매자들의 한마디 중 공통된 사항이었다. 대부분의 업자가 빨간 글씨로 이렇게 써놨다.
“애드센스 이용 중인 계정은 가입 불가. 부계정 사용 필수.”
혹시해서 나도 물어봤다. 저 애드센스 사용 계정은 안되나요? 라고. 그랬더니 다들 말하더라. 애드센스 사용계정은 안되니까 새로 계정을 하나 파셔서 가입하셔야됩니다~ 라고.
여기서 감이 빡 왔다. 아 이거 뭔가 있구나. 계정장난이구나.
그 내용은 아마 이런 것일 것이다.
구글의 가족 그룹에 들어가려면, 관리자(업자)와 구성원(나)의 국가 설정이 같아야 한다.
예를들면 업자의 계정은 튀르키예나 나이지리아로 되어 있는데 내 계정이 한국 계정이라면? 가족 가입이 안 된다. 당연하겠지. 가족인데 누구는 나이지리아고 누구는 한국인게 말이 되나? 가족이면 국적이 같아야지.
이걸 억지로 맞추려면 내 계정의 ‘결제 프로필’ 국가를 강제로 변경하거나 새로 파야 한다. 여기서 구조적인 문제가 터진다. 애드센스는 국가 설정이 바뀌면 수익 지급이 정지되거나, 계정이 꼬여버릴 확률이 100%다.
만약 당신이 애드센스로 매달 100달러씩 벌고 있는데, 고작 AI 싸게 쓰겠다고 업자의 나이지리아 가족 그룹에 들어가는 순간? 그 애드센스 계정은 영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다.
업자들 입장에서도 골치 아프다. 고작 만 원 벌자고 팔았다가, 고객의 애드센스 계정이 날아가서 수백만 원 물어내라는 소송에 휘말리기 싫은 거다. 그래서 “애드센스 계정 금지”를 박아놓은 것이다.
결론: 나는 사지 않았다
결국 나는 결제하지 않았다.
내 구글 본계정은 뭐 스토리지에 별건없지만 그래도 애드센스 승인을 받은 계정이다. 비록 수익은 하루 1센트 날까말까 하지만 말이다. 그렇지만 이 애드센스 승인을 받는데 무려 1년 반이나 걸렸는데 고작 몇만 원 아끼자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제3세계 가족 그룹에 내 계정을 볼모로 잡히고 싶지 않았다.
물론, 새로 만든 깡통 계정으로 오직 AI 채팅만 하고 버릴 용도라면 가성비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명심해야 한다. 당신이 그들과 ‘사이버 가족’이 되는 순간, 당신의 대화 내용 보안이나 계정 안전은 누구도 책임져주지 않는다. 서비스가 중간에 끊겨도 하소연할 곳이 없다.
그리고 나는, 유료결제를 해서 AI를 쓰게되면 그 AI를 학습시켜서 일반 AI가 아닌 나를 위한 비서로 사용할 계획이었기때문에, 그렇게 한번 쓰고 버리는 계정으로 이용하기에는 내키지 않았다.
나는 속 편하게 그냥 필요할 때만 정가 내고 쓰기로 했다. 내 데이터와 계정의 가치는 월 3만 원보다는 비싸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