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시 주차 과태료 221만 건 분석: 강남보다 무서운 ‘그 골목’ TOP 10 (지도포함)

실생활 밀착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 : 주정차위반 분석 지도

지난번 고용노동부 데이터로 진흙탕을 한바탕 구르고 나니 오기가 생겼습니다. 쓰레기 같은 데이터를 정제하는 것도 실력이지만, 이번엔 좀 날것 그대로 스케일이 무식하게 큰 놈을 건드려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공공데이터포털을 뒤져서 ‘서울시 불법 주정차 단속 내역’을 통째로 긁어왔습니다. 2022년 11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약 1년 4개월 치 데이터입니다.

CSV 파일 용량만 300MB가 훌쩍 넘어갑니다. 엑셀로는 열리다가 뻗어버리는 사이즈죠. 직장인이 엑셀 돌리듯이, 저는 파이썬(Python)을 켜서 이 221만 건을 씹어먹어 봤습니다. 이번에는 특별히 데이터 용량이 너무 크기때문에, 파이썬만으로는 부족해서 SQL도 사용했습니다.

주정차위반 단속 : 884억 원짜리 비즈니스

일단 총량부터 계산해 봅니다. 전체 단속 건수는 2,212,311건입니다. 숫자가 눈에 잘 안들어오는 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이백이십만건 이지요.

주정차 위반 과태료 기본이 4만 원이죠? (어린이보호구역 등 가중 처벌 빼고 아주 보수적으로 잡아도) 4만 원 x 221만 건 = 약 884억 원입니다.

1년 남짓한 기간 동안 서울시가 길바닥에서 걷어간 돈이 900억에 육박합니다. 서울시 입장에선 참으로 짭짤한 비즈니스입니다. 물론, 불법 주정차를 한 사람들이 잘못한 거니까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럼 이 884억 원은 대체 어느 동네에서 가장 많이 뜯 가 지자체 재정에 가장 큰 기여를 했을까요?

너무나도 뻔한 결과 (서울 25개구별 과태료 랭킹)

데이터를 구(區)별로 그룹핑해서 단속건수를 1위부터 25위까지 나래비를 세워봤습니다.

[데이터 1: 서울시 25개 자치구별 단속 건수]

순위 자치구 단속 건수 비고
1위 강남구 218,774 압도적 1위 (GBD)
2위 중구 181,634 도심 (CBD)
3위 영등포구 178,788 여의도 (YBD)
4위 마포구 159,792 홍대/합정
5위 송파구 157,928 잠실/문정
6위 서초구 97,255
7위 강동구 93,324
8위 종로구 91,846
9위 용산구 87,712
10위 동대문구 78,292
11위 양천구 77,343
12위 관악구 76,185
13위 구로구 75,756
14위 강서구 70,463
15위 은평구 67,889 ※함정 스팟 보유
16위 광진구 67,517
17위 노원구 62,782
18위 도봉구 60,815
19위 금천구 56,161 ※함정 스팟 보유
20위 성북구 51,240
21위 성동구 46,002
22위 강북구 44,284
23위 동작구 42,195
24위 중랑구 35,934 ※함정 스팟 보유
25위 서대문구 27,341 최하위

(※ 데이터 출처: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 집계 기간: 2022.11 ~ 2024.03)

예상하셨습니까? 강남, 중구, 영등포, 마포. 서울의 핵심 3대 도심(GBD, CBD, YBD)과 상권의 중심지들이 그대로 1위부터 4위까지를 먹었습니다.

돈 많고, 차 많고, 유동 인구 많고, 상권이 발달한 곳. 당연히 주정차 단속도 미친 듯이 이루어집니다. 강남구 혼자서 21만 건을 찍었으니, 강남은 길바닥 전체가 지뢰밭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반면 제가 살고 있거나, 여러분이 살고 있을 외곽의 베드타운들(은평, 금천, 중랑 등)은 하위권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아~ 역시 강남이 단속도 1등이네. 우리 동네는 별로 안 찍히는구나.”

보통의 기사나 분석은 여기서 끝납니다. 하지만 저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데이터를 좀 더 비틀어봤습니다.

주정차위반 단속 마의 시간대, 그리고 정책의 위력

그다음으로 궁금했던 건 ‘언제’ 가장 많이 잡히는가였습니다.

[데이터 2: 시간대별 단속 건수 TOP 5]

순위시간대단속 건수특징
1위20시 (저녁 8시)203,964건퇴근/회식
2위15시 (오후 3시)200,023건오후 업무
3위16시 (오후 4시)192,587건
4위10시 (오전 10시)177,623건오전 업무
5위19시 (저녁 7시)162,778건

퇴근 시간 이후인 저녁 8시, 그리고 오후 3~4시에 단속 건수가 폭발합니다. 식당가 주변이나 상가에 차 대놓고 저녁 먹다 찍히는 분들, 오후에 잠깐 볼일 보러 상가 앞에 비상등 켜놓고 들어갔다 찍히는 분들이겠죠.

근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가장 차가 붐비고 밥 먹느라 난리통일 12시~14시는 상위권에 없습니다.

왜일까요? 바로 ‘점심시간 주차 유예’ 정책 때문입니다. 소상공인들 장사하라고 점심시간엔 단속을 안 하거나 덜 하거든요. 데이터는 이렇게 사람의 행동뿐만 아니라, ‘정책’이 어떻게 현실에 작동하는지 정확하게 보여줍니다.

평균의 함정 (데이터 분석가만 보이는 ‘지뢰밭’)

자, 이제 이 글의 핵심이자 제가 이 데이터를 씹어먹으면서 소름이 돋았던 부분입니다.

구별 랭킹 말고, 구(區) 상관없이 서울 전체에서 가장 악명 높은 ‘단일 스팟(카메라 1대)’ 순위를 뽑아봤습니다.

[데이터 3: 서울시 단일 지점 단속 건수 TOP 10]

순위 주소 (도로명/지번) 관할구 단속 건수
1위 회현동1가 산 1-2 중구 4,692건
2위 송파대로28길 13 송파구 4,670건
3위 독산로85길 36 금천구 4,318건
4위 을지로 276 중구 4,220건
5위 여의도동 1-6 영등포구 3,924건
6위 가산로9길 17 금천구 3,605건
7위 을지로7가 8-5 중구 3,396건
8위 퇴계로 335 중구 3,201건
9위 용마산로115길 92 중랑구 2,946건
10위 통일로 833-6 은평구 2,861건

어라? 뭔가 이상합니다.

위에서 구별 총량 랭킹을 봤을 때,

  • 금천구는 19위
  • 중랑구는 24위(꼴찌에서 두 번째)
  • 은평구는 15위

였습니다. 근데 서울 전체를 통틀어 가장 단속이 많이 되는 ‘단일 지점’ TOP 10에 은평, 중랑, 그리고 금천구가 2개나 들어가 있습니다.

서울시 주정차 단속 최악의 스팟 TOP 10

반면 압도적 1위였던 강남구는 단일 스팟 TOP 10에 하나도 없습니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일까요? 이게 바로 ‘평균의 함정’입니다.

아는 사람만 피하는 ‘블랙홀’의 정체

데이터의 특성을 뜯어보면 현장을 안 가봐도 현장이 갑자기 눈앞에 훤히 그려집니다.

강남구는 상권이 넓고 바둑판처럼 도로망이 되어 있습니다. 단속 카메라도 골고루 퍼져있고, 단속 차량도 구석구석 돌아다닙니다. 그러니 구 전체의 총량은 엄청나지만, 어느 한 지점에서만 ‘몰빵’으로 찍히지는 않는 겁니다.

하지만 금천구, 은평구, 중랑구는 다릅니다.

제가 직접 로드뷰로 확인해 봤습니다. 왜 여기가 ‘지옥’인지 딱 보이더군요.

3위에 위치한 금천구 독산로 85길 36입니다.

보이십니까? 누가봐도 좁은 골목길에 가게가 잔뜩 늘어서있고 차량이 정차하고있습니다. 그리고 딱 바로 보이는 저 아울렛백화점 간판 밑에, 불법주정차 상시 단속 CCTV가 딱 있지요.

일반 사람들은 뉴스를 보며 생각합니다. “주차 단속? 강남역이나 테헤란로가 제일 빡세겠지.”

하지만 데이터를 뜯어본 우리는 이제 압니다. 강남은 어딜 가나 골고루 재수 없게 걸리지만, 금천, 중랑, 은평에 사는 사람들은 저 특정 골목(블랙홀) 딱 하나만 피하면 생존 확률이 급격히 올라간다는 것을요.

결론: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총량만 보면 강남이 지뢰밭이지만, 현미경을 들이대면 진짜 치명적인 덫은 변두리 골목에 숨어 있었습니다.

이게 뻔한 뉴스 기사와 로데이터(Raw Data)를 직접 파헤치는 분석의 차이입니다. 겉으로 보이는 수치 이면에 숨겨진 ‘병목’과 ‘부족한 인프라’라는 현장의 구조적 문제가 숫자로 고스란히 찍혀 나오는 걸 볼 때마다 소름이 돋습니다.

자, 서울시 전체를 한번 훑어봤으니 이제 진짜 재미있는 걸 해보려 합니다.

“그래서 우리 동네에서 제일 조심해야 할 카메라는 어디에 있는데?”

다음 주부터 [동네별 주차 지옥도]를 연재합니다. 매주 서울시 1개 구씩 뜯어서, 절대 차를 대면 안 되는 최악의 스팟과 시간대를 공개하겠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과태료 4만원 아끼시는데 저의 글들이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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