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지원 현실: 바리스타 vs 용접(반도체), 연봉과 취업률 (고용부 HRD-Net 데이터 분석)

얼마 전 당근마켓 ‘동네생활’ 탭을 보다가 마음이 좀 쓰이는 글을 하나 봤습니다.

시흥 정왕동(시화공단) 쪽에서 일하시는 분 같은데, “공장 일감이 너무 없어서 힘들다. 다른 일 할 거 없냐”고 묻는 절박한 글이었습니다. 댓글에는 “송도로 가라”, “남동공단은 좀 낫다”는 조언들이 달렸지만, 그 글을 보면서 문득 제 친구들 생각이 났습니다.

제 친구 중에는 서울 동부기술교육원 출신이 셋 있습니다.

  • 친구 A: 원래 헬스 트레이너였는데 원체 손재주가 좋았습니다. 국비로 용접을 배우고, 바로 나가서 일거리를 좀 잡아보더니만 이게 아니라고하면서 자기 돈 1,000만 원을 더 투자해 ‘특수용접’ 사교육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지금 평택 반도체 공장과 거제도 조선소를 누비며 일당(1공수) 40만 원을 받습니다. 아우디 A4를 타고 다니더군요.
  • 친구 B: 목공, 용접, CAD 등을 얕게 배웠습니다. 지금은 구청 공무직으로 안정적인 생활을 합니다.
  • 친구 C: 사업을 하다 어려워져 뒤늦게 용접을 배웠고, 지금은 울산에 자리 잡았습니다.

이 세 친구의 운명을 가른 건 무엇이었을까요? 단순히 ‘기술’을 배웠냐 아니냐가 아닙니다. ‘남들이 안 하려는, 진입장벽이 있는 기술’을 배웠느냐의 차이였습니다.

그래서 직접 파해쳐 봤습니다. 직장인이 엑셀 돌리듯, 저는 파이썬(Python)을 이용해 대한민국 국비교육 데이터(HRD-Net)를 직접 다운받았습니다. 다 다운받고나니까 1년치가 무려 75만 건이나 되더군요. 과거 엑셀이 업그레이드 되기 전에는 엑셀로 읽지도 못할 데이터 양이고, 파이썬을 돌리는데도 시간이 바로바로 안되고 약간의 로딩시간이 필요할 정도의 엄청난데이터 양이었습니다.

이걸 직접 분석해서, 어떤 교육과정이 가장 교육 종료 후 6개월 시점에 취업률이 높은지, 그런 과정들의 수강료 수준은 어떤지를 직접 분석해 봤습니다.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습니다.

우리가 환상에 빠져있는 동안 (취업률 데이터의 함정)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가장 먼저 눈에 띈 건 ‘개설 횟수’는 엄청나게 많은데 ‘취업률’은 처참한 과정들입니다. 우리가 흔히 “나도 회사 그만두고 이거 한번 배워볼까?”라고 생각하는 바로 그 종목들입니다.

    (※ 주의: 아래 데이터는 HRD-Net 전산상 집계된 수치로, 프리랜서나 창업 등은 통계에 잡히지 않을 수 있습니다.)

    [데이터 분석 1: 취업률 하위권 주요 과정 (취미/교양 성격)]

    순위키워드평균 수강료6개월 취업률비고
    1커피바리스타411,178원0.0%취미 or 창업
    2라떼아트404,343원0.0%취미 or 창업
    3네일1,472,190원0.0%자영업 위주
    4한식조리기능사599,276원0.0%자격증 취득용

    바리스타, 라떼아트, 네일아트… 익숙한 이름들입니다.

    이런 과정들이 취업률이 낮게 나오는 경우는 두 가지 극단적이 경우로 예측됩니다.

    • 자기 가게를 열기 때문에 취업한 것으로 잡히지 않음
    • 퇴근 후 자기계발 또는 취업, 또는 너무 배운 사람이 많아서 공급과잉으로 취업이 안됨

    물론 창업해서 취업률이 낮은 것으로 잡혀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만, 저는 조심스럽게, 창업때문이 아니라 공급과잉이라서 취업이 안되는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왜냐면 퇴근 후 자기계발로 배우기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과정들이며, 수강료도 40~50만 원 선으로 부담이 적고, 배우는 과정이 ‘우아’하니까요.

    실제로 저희 회사에서 임금피크에 진입한 직원들에게, 인생 2막 준비 또는 재도약 교육을 시켜주는 경우가 있는데, 그 분들이 필수로 듣는 과정, (들어 보는 과정 이라고 해도 무방)에 바로 라떼아트와 바리스타 과정이 들어있었습니다.

    즉 저 과정들은 냉정하게 말해 ‘생존 기술’이라기보다 ‘교양 수업’에 가까운 면이 있고, 공급이 너무 많습니다. 앞치마 두르고 커피 내리는 일은 누구나 하고 싶어 합니다. 남들이 다 하고 싶어 하는 일에는 돈이 모이지 않습니다. 그게 시장의 원리입니다.

    600만 원짜리 전쟁터 (살아남은 자들의 연봉)

      그렇다면 반대로, 취업률이 높거나 ‘몸값’이 비싼 교육은 무엇일까요?

      [데이터 분석 2: 고단가/취업 연계형 주요 과정]

      취업이 잘되는 키워드(교육과정, 업종)은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정보이므로 좀더 자세히 20개까지 뽑아보았습니다.

      국비지원 취업 잘되는 자격증 TOP 20
      순위키워드평균 수강료6개월 취업률주요 특징
      1React5,245,614원15.3%개발자 부트캠프
      2AI (인공지능)2,712,747원11.8%고숙련 기술
      3엔지니어6,198,603원9.2%고비용 장비/실습
      4프론트엔드3,253,382원5.1%IT 개발
      5반도체363,061원5.0%국가 전략 산업

      React, AI, 엔지니어, 반도체… 단어만 봐도 머리가 아픕니다. 수강료(훈련비)를 보세요. 평균 500만 원에서 600만 원이 넘어갑니다. 물론 ‘K-Digital Training’ 같은 국비 부트캠프를 이용하면 본인 부담금은 0원일 수 있지만, 중요한 건 ‘투입되는 리소스’입니다.

      이런 과정은 보통 6개월 동안 하루 8시간씩 코딩과 씨름해야 합니다. 이렇게 인생을 갈아 넣어야 겨우 취업 문을 뚫습니다. 이곳에는 ‘취미’로 오는 사람이 없습니다. 살아남으려고, 밥벌이하려고 오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가성비의 함정, 그리고 아우디의 비밀

        마지막으로 흥미로운 데이터 시각화 자료를 하나 보여드립니다. 가로축은 수강료(진입장벽), 세로축은 취업률(성과)입니다.

        국비교육 훈련비 대비 취업률 분석 그래프(산점도)

        왼쪽 아래(수강료 싸고 취업률 낮은 곳)에 점들이 바글바글합니다. 우리가 문화센터처럼 다니는 강좌들입니다. 반면 오른쪽, 수강료가 400만 원 이상인 구간은 점들이 듬성듬성합니다. 경쟁자가 적다는 뜻입니다.

        즉, 뭐든지 진입 장벽이 높아야 먹을 것이 있고, 누구나 쉽게 접근하는, 허들이 없는 곳은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먹을 것이 없다는 것입니다.

        제 친구 A가 배웠다는 ‘특수용접’도 데이터를 찾아봤습니다. 재미있는 건, 특수용접의 경우 통계상 취업률은 낮게 나오기도 합니다. 사실 엄청 의아했지요. 제 친구가 밥벌이를 못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돈을 잘 벌고 있거든요.

        그런데 대충 물어보니 이유를 알겠더군요. 특수용접이 데이터상 취업률이 낮은 이유는, 이쪽 생태계는 4대 보험이 되는 일반적인 ‘취업’보다는 팀 단위로 움직이는 ‘프리랜서(일당제/객공)’나 ‘개인 사업’ 형태로 돌아가기 때문입니다.

        전산상으로는 ‘미취업’일지 몰라도, 현장에서는 “사람이 없어서 못 구한다”고 아우성입니다. 최근 뉴스에서도 “대기업 과장보다 많이 버는 기술직”이라며 2030이 몰린다는 소식이 들립니다.

        데이터의 0% 혹은 낮은 수치는 때로는 ‘실패’가 아니라, 통계가 잡아내지 못하는 ‘야생의 고수익 시장’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평균 훈련비가 400만 원이 넘는데도 알음알음 찾아가는 데는 이유가 있는 법이죠.

        돈이 많이 들거나,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몸이 힘들거나.” 이 셋 중 하나라도 충족해야 ‘진입장벽’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벽 안쪽에는 경쟁자가 적습니다. 그래서 제 친구는 남들보다 힘든 일을 선택한 대신, 아우디를 탑니다.

        [데이터 분석가의 노트] 왜 ‘코딩’이 아니라 ‘React’인가?

        마지막으로 제가 이번 데이터를 분석한 기준과 방법에 대해서 간략히 언급을 해 두고자 합니다. 이쪽 현황을 아시는 분 중에서는 데이터의 분석결과가 예상하던 것 또는 본인이 아는 것과 좀 다르게 나온 경우도 있을 수 있으니, 왜 그런지에 대해서 간략히 설명을 하려 합니다.

        데이터를 좀 아시는 분들은 의아하실 수도 있습니다. “아니, React나 AI나 자바나 다 똑같은 IT 기술 아니냐?”

        맞습니다. 크게 보면 다 같은 ‘컴퓨터 직군’입니다. 이것들을 뭉뚱그려서 ‘IT 분야’로 묶어서 통계를 냈다면, 취업률은 그냥 평범한 평균치로 나왔을 겁니다.

        하지만 이번 분석은 의도적으로 ‘과정명에 포함된 세부 키워드 빈도’를 기준으로 낱낱이 쪼개서 분석했습니다. (과정별로 자연어 처리를 해서 키워드를 뽑아내고, 유효 키워드별로 과정을 합치고, 그렇게 해서 평균 수강료를 산출하고 취업률을 산출함)

        이유는 단순합니다. 시장이 그렇게 반응하기 때문입니다.

        두루뭉술하게 “저 컴퓨터 할 줄 알아요”라고 하는 사람. 구체적으로 “저 React로 프론트엔드 짤 줄 알아요”라고 하는 사람.

        취업 시장에서의 몸값은 천지 차이입니다. 분석 방법에 따른 한계점은 있겠지만, 오히려 이렇게 키워드별로 취업률 격차가 난다는 것 자체가 “남들 다 하는 ‘코딩’ 말고, 나만의 확실한 ‘필살기(키워드)’ 하나를 파야 산다”는 냉혹한 현실을 증명하는 셈입니다.

        결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돈’이 있다

        국가 기술교육원, 내일배움카드… 제도는 정말 잘 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다 쓰는 카드, 남들이 다 듣는 수업, 에어컨 바람 쐬면서 할 수 있는 적당한 기술로는 내 인생의 ‘레벨 업’을 기대하기 힘듭니다.

        모두가 엑셀(개설 횟수 1위)을 배우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때 누군가는 기름밥 먹을 각오를 하거나, 머리에 쥐가 나도록 코드를 짭니다. 시장은 냉정합니다. 당신의 땀방울 개수가 아니라, 당신이 가진 기술의 ‘희소성’만을 평가합니다.

        오늘 파이썬으로 데이터를 까보고 나니 더 명확해지네요. 쉽게 얻을 수 있는 건, 역시나 별 가치가 없습니다.

        [다음 편 예고] “그럼 지방 사는 저는 무조건 서울로 가야 하나요?” 데이터를 뜯어보니 지역마다 돈이 되는 기술이 다릅니다. 다음 포스팅에서는 [지역별로 돈 되는 기술 지도]를 그려보겠습니다. 우리 동네에는 어떤 ‘꿀통’이 숨겨져 있는지, 데이터로 확인해 보세요.

        [다른 글 홍보] 이렇게 데이터 덩어리를 분석하여 로또 당첨 번호의 통계적 의미도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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