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대 카페 창업의 환상과 팩트: 부산 자영업 폐업 률과 구도심 상권의 비밀

안녕하세요. 뇌피셜 대신 데이터로 자영업 상권 분석과 돈의 흐름을 살펴보는 thininfo입니다.

대기업 일자리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산은 지역 산업의 근간이 자영업과 일부 중소기업에 편중되어 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센텀에 위치한 대한제강 외에는 제대로된 대기업이 없었습니다. 노인과 바다의 도시라는 조롱 섞인 말도 있지만, 상권 분석 측면에서 부산은 서울이나 수도권과는 완전히 다른 룰이 적용되는 특이한 시장입니다.

그나마 관광업이 발달하면서 이제는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도는 상당히 올라가서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산을 방문합니다. 그 관광객들을 노려서, 퇴직금이나 모아둔 돈으로 카페 창업을 고민할 때, 유동인구 분석 사이트만 믿고 사람 미어터지는 해운대나 광안리, 서면, 또는 연산동 한복판에 들어가면 무조건 돈을 벌 수 있을까요?

말로 길게 떠들기 전에, 제가 지난 10년간 전국 카페업종의 인허가 데이터를 전수조사 한 결과, 부산광역시 16개 구군 카페 생존율을 분석한 팩트 데이터부터 보시기 바랍니다.

해운대의 착시와 서면의 늪

데이터로 본 부산의 자영업 폐업 률은 충격적입니다. 관광객이 쏟아지는 해운대구는 1,397개의 카페가 문을 열었지만 지금 살아남은 곳은 465곳뿐입니다. 생존율 33.3%로 부산 16개 지자체 중 압도적인 꼴찌입니다. 부산진구 서면과 전포 카페거리 역시 1,528개로 가장 많은 가게가 생겼지만 생존율은 37.6%에 불과합니다.

구분 (자치구)총 개업 카페 수현재 생존 수생존율 (%)
해운대구 (관광/상업)1,397개465개33.3%
부산진구 (서면/전포)1,528개574개37.6%
영도구 (오션뷰/대형)313개150개47.9%
중구/동구 (구도심)930개394개평균 42.5%

유동인구 분석 사이트의 화려한 숫자에 속아 비싼 월세와 권리금을 주고 들어갔다가, 관광객 주머니는커녕 자기 퇴직금만 다 털어먹고 나간다는 뜻입니다.

구도심 3천 원짜리 부추전이 살아남는 이유

그런데 데이터를 자세히 보면 이상한 점이 있습니다. 상권이 죽었다고 평가받는 중구, 동구, 서구 같은 구도심 지역의 생존율은 40%를 훌쩍 넘고 버티는 기간도 훨씬 깁니다. 왜 그럴까요?

제가 2017년에 부산 구도심에 방문했을 때, 쓰러져가는 낡은 가게에서 탕수육 접시만 한 부추전을 3천 원에, 칼국수를 4천5백 원에 파는 걸 보고 놀란 적이 있습니다. 답은 부동산에 있습니다.

부산은 6.25 전쟁 때 폭격을 비켜 간 도시입니다. 그래서 구도심 골목에는 아주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고, 이 건물주들은 이미 건물의 감가상각이 끝났기 때문에 월세를 비싸게 받지 않습니다. 고정비로 나가는 임대료가 싸기 때문에 판매 단가가 낮아도 사장님들이 안 망하고 오래 버틸 수 있는 겁니다. 신축 상가에서 융자 이자 뽑아내려고 살인적인 월세를 요구하는 신도시와는 정반대의 생태계입니다.

결국은,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자가 강한 것이라는 진리는 여기서도 적용됩니다. 큰 자본을 투입하고 매출을 당장 많이 올리는 업장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매출은 좀 적고 소자본 창업을 하였더라도 월세가 적어서 오래 버틸 수 있는 것이 승자라는 것입니다.

이런 현실을 볼때, 유동 인구 분석 사이트를 통한 상권 분석도 분석이지만 동네의 월세 수준도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내 소중한 자본금이 어느 동네에서 얼마나 빨리 녹아내리는지, 아래 시뮬레이터에서 색깔이 붉을수록 돈이 타들어 가는 위험한 상권입니다. 내 소중한 종잣돈이 들어갈 동네의 블록을 마우스로 직접 클릭해서 팩트부터 확인해 보세요

🗺️ 부산 상권 데스존 블록 지도
각 지역구를 클릭하여 팩트 데이터를 확인하세요.
(빨간색일수록 폐업률이 높은 위험 상권입니다)
현재 생존율
평균 영업 기간

영도구 폐조선소 카페 장사의 진실

그럼 최근 핫플로 뜨고 있는 영도구는 어떨까요? 아래 평균 생존 기간 그래프를 보시죠.

📊 폐업 전 평균 영업 기간 (구도심 vs 신상권)
해운대구
3.6년
영도구
3.1년 (단기)
중구
4.7년
동구
4.8년 (최장기)

영도구의 카페 생존율은 47.9%로 준수해 보입니다. 하지만 영업을 유지하고 버틴 기간은 3.1년에 불과합니다.

2018년을 기점으로 영도 해안가의 폐조선소나 낡은 공장 부지를 개조해 수백 평 규모의 초대형 오션뷰 카페들이 우후죽순 들어섰습니다. 이건 평범한 자영업의 영역이 아닙니다. 원래 그 땅과 공장을 소유하고 있던 주인이 부동산 가치를 올리기 위해 차렸거나,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기업형 법인들이 들어와서 벌이는 돈놀음입니다.

일반인이 유행만 쫓아서 대출 끌어모아 영도에 어설픈 카페를 차리면 3년을 못 채우고 다 털려 나간다는 소리입니다.

권리금은커녕 철거 비용(원상복구)도 부담이다

저 역시 지금 과도한 월세에 짓눌려 사무실 이전을 생각하고 있는데, 건물주가 그렇게말합니다.

어차피 원상복구에도 상당한 돈이 들텐데, 그냥 그 일부를 월세 올려주고 버티시지요?

얄미운 말에 피가 거꾸로 솟는듯 했습니다만,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면, 금전적으로는 할말이 없습니다. 그만큼 상가 원상복구 비용이라는게, 엄청난 비용입니다.

더 끔찍한 팩트는 폐업에도 막대한 돈이 든다는 겁니다. 상가 임대차 계약서 맨 뒷장에 적힌 원상복구 의무 조항 때문입니다. 기껏 수천만 원 들여 발라놓은 예쁜 인테리어, 내 손으로 평당 15만 원에서 20만 원씩 철거 업자에게 쥐여주고 콘크리트 상태로 다 떼어내야 건물주에게 보증금을 돌려받고 나갈 수 있습니다.

장사가 안 돼서 보증금만 까먹고 있는데, 언젠가 상권이 살아날 거라며 버티는 분들. 시설 권리금이라도 챙겨서 넘길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과연 얼마나 현실성이 있을까요? 지금처럼 자영업 경기가 안좋은 시절에는 권리금 없는 상가로 부동산에 던져놔도 파리만 날리는 게 현실입니다.

당장 매장 통장에 찍히는 현금 흐름이 마이너스라면, 헛된 희망으로 버틸 때가 아닙니다. 2금융권 대출 전단지 쳐다볼 시간에, 로컬 중고 주방 업체나 당근마켓에 연락해서 커피 머신이랑 제빙기부터 카페 폐업 정리 견적을 받아야 할 수 도 있습니다.

건물주에게 밀린 가게 임대료 까이고, 철거 비용 5백만 원 빼고 나면 남은 보증금 통장에 생각보다 적은 돈이 남을 수 있습니다. 매몰을 아까워 하기보다는, 당장 내가 얼마를 회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합니다.

다음에도 뻔한 상권 분석 대신 팩트 데이터로 찾아오겠습니다.

상가 원상복구 비용은 과연 얼마나 될까? – 데이터로 살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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