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가서 매물을 보러 왔다고 하면 중개인들이 앵무새처럼 반복하는 영업 멘트가 있습니다.
여기는 대단지 아파트로 빈틈없이 둘러싸인 완벽한 항아리 상권이라
배후 수요가 탄탄하고 공실 걱정이 전혀 없어요
라는 말입니다.
평생 모은 돈으로 은퇴 창업 아이템을 고민하거나, 안정적인 월세를 기대하며 수익형 부동산 투자를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이보다 달콤한 유혹은 없습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의 실제 상가 인허가 폐업 공공데이터 260만 건을 뜯어보면, 그들이 말하는 장밋빛 전망과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동탄 상가 공실 사태나 일산의 텅 빈 1층 상가들은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오늘 포스팅에서는 정부가 제공하는 실제 인허가 폐업 데이터 260만건을 행정구역별로 분석한 결과인 실제 폐업률 데이터 숫자를 통해 업자들의 영업 멘트가 왜 위험한지 냉정하게 밝혀 보겠습니다.
신도시 상가 분양과 렌트프리의 치명적 착시 현상
우선 우리에게 많이 알려진 신도시를 분석 대상으로 하였습니다. 수도권의 위례신도시, 동탄, 송도, 판교, 광교신도시, 그리고 양주 옥정신도시 ,다산신도시, 뿐만아니라 지방의 나주 빛가람혁신도시, 충남 내포신도시, 진주 혁신도시, 부산의 정관신도시, 김해의 장유/율하 신도시 등….많이 알려진 곳은 전부 분석 대상에 넣고, 최근 5년 이내에 개업한 카페/자영업 인허가 데이터를 뒤졌습니다.
다만 데이터 분석을 위해서 지난 5년간 최소 개업수가 일정 수 미만인 곳은 분석 대상에서 제외하였습니다. 그렇게 분석하니 내포신도시, 빛가람 혁신도시 등은 빠지게 되더군요. 이렇게 분석한 신규 택지지구의 데이터를 살펴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발견됩니다.
남양주 다산신도시, 고양 향동지구, 양주 옥정신도시의 1년 차 카페 폐업률은 2퍼센트에서 9퍼센트 사이로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놀랍게 낮게 나타납니다.
겉보기에는 신도시 상가 임대가 아주 성공적이고 안정적인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신축 상가 분양 시장의 전형적인 패턴인 렌트프리(Rent-free) 혜택이 만들어낸 착시 현상입니다.
건물주들은 막대한 은행 이자를 감당하기 위해 빈 상가로 두느니, 6개월에서 최대 1년까지 월세를 면제해 주며 세입자를 유치합니다.
초기 프랜차이즈 창업 비용이 많이 들었더라도 당장 나가는 월세 고정비가 없으니 어떻게든 1년을 버티는 것뿐입니다. 장사가 잘 돼서 폐업률이 낮은 것이 절대 아닙니다.
신축 상가 렌트프리 종료 전후 폐업률 폭등 비교
(단위: %, 대상: 다산, 향동, 옥정)
무료 월세가 끝나는 3년 차, 진짜 어려움이 닥친다
항아리 상권의 진짜 비극은 산소호흡기 같던 무료 월세 기간이 끝나고 정상적인 상가 임대료를 내기 시작하는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데이터를 보면 다산신도시의 경우 1년 차에 2.8퍼센트였던 폐업률이 3년 차에 무려 27.6퍼센트로 10배나 폭등합니다.
향동지구 역시 9.6퍼센트에서 38.4퍼센트로 4배 이상 치솟습니다.
초기 분양가 자체에 엄청난 거품이 끼어 있기 때문에, 정상 월세로 전환되는 순간 자영업자의 수익 구조로는 도저히 그 임대료를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됩니다.
결국 수천만 원의 인테리어 비용과 원상복구 철거비까지 감수하며 눈물을 머금고 폐업하는 퇴직금 창업자들이 속출하게 됩니다.
항아리 상권 분석의 함정, 제로섬 게임
부동산 업자들이 극찬하는 항아리 상권 분석의 가장 큰 맹점은, 고객이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는 만큼 외부 고객도 절대 유입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수요의 파이는 철저하게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 좁은 상권 안에서, 한 상가 건물에만 서너 개의 카페와 식당이 들어차 피 터지는 제로섬 게임을 벌여야 합니다.
주요 신도시 항아리 상권 3년 내 폐업률
(단위: %, 대상: 일산, 동탄, 송도, 위례)
실제로 일산이나 동탄처럼 이미 상권이 완벽하게 성숙했다고 평가받는 1기, 2기 신도시조차 3년 이내 폐업률이 40퍼센트에서 50퍼센트를 육박합니다.
외부 인구 유입 없이 동네 주민들만 상대해서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임대료를 버텨낼 재간이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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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퇴직금과 노후 자금을 지키기 위한 결론
안정적인 은퇴 창업이나 투자를 위해 신도시를 알아보고 계신다면, 업자들의 입에서 나오는 배후 세대라는 단어에 현혹되지 마십시오.
상권의 가치는 중개인의 화려한 브리핑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피눈물 흘리며 버텨낸 앞선 자영업자들의 생존율 데이터가 증명합니다.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의 분양가와 임대료가 책정된 곳이라면 과감하게 돌아서야 합니다.
냉정하게 계산하지 않으면, 당신의 소중한 퇴직금은 누군가의 건물 대출 이자를 대신 갚아주는 용도로 허무하게 사라질 것입니다.
숫자로 증명된 창업 초기 비용과 생존율의 현실
부동산 업자의 말장난을 피하더라도, 요식업 창업 자체가 품고 있는 생존율과 초기 투자 비용의 리스크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별개의 문제입니다.
상가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전에, 실제 창업에 들어가는 생생한 매몰비용과 업종별 생존율 데이터를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