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뇌피셜이 아니라 팩트 데이터로 자영업 시장을 분석하는 thininfo입니다.
퇴직금을 쥐고 1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을 찾는 분들의 로망은 대개 비슷합니다. 원가율이 낮아서 마진이 많이 남아야 하고, 식당처럼 식자재 재고가 썩어나갈 걱정이 없어야 하며, 아무나 못 들어오게 진입장벽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저런 가게면 망할 이유가 없다고, 장사가 좀 안되어도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완벽한 조건에 정확히 부합하는 창업 아이템이 있습니다. 바로 안경점입니다.
플라스틱 렌즈 하나 팔면 마진율이 70%에 육박합니다. 안경테는 유통기한이 없으니 창고에 몇 년을 쌓아둬도 썩지 않습니다. 게다가 국가고시를 통과한 안경사 면허증이 있어야만 개업할 수 있으니 진입장벽 없이 뛰어드는 카페나 편의점과는 질적으로 다릅니다.
어떻습니까? 당장이라도 면허 있는 사람을 점장으로 앉혀서 오토 매장이라도 돌리고 싶으시죠?
하지만 얄팍한 상식과 환상은, 인허가 데이터 1만 3천 건을 살펴보면 박살이 납니다. 마진율높아, 재고부담없어, 심지어 진입장벽도 있는 저렇게 완벽해 보이는 업종조차 현실은 결코 쉽지않습니다.
마진율만 보고 함부로 자영업에 뛰어들면 어떻게 소중한 퇴직금을 소각하게 되는지, 팩트 데이터를 통해 1인 소자본 창업 생태계의 민낯을 해부해 드립니다.
대형 자본이 치고 들어오는 안경점 창업 생태계
데이터를 까보면 최근 창업 시장의 신규 개업 트렌드가 얼마나 무섭게 변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최근 시장은 다비치안경 같은 대형 자본이나 으뜸안경 같은 주로 2층에 입점하는 저가 프랜차이즈(Tier 2)가 신규 개업의 파이를 맹렬하게 잠식하고 있습니다.
(개인 매장은 주로 1층, 저가 체인은 주로 2층)
2014년만 해도 2%에 불과했던 2층 저가 체인(Tier 2)의 신규 개업 비중은 2023년 20.9%까지 수직 상승했습니다. 반면 동네에 개인 간판을 달고 오픈하는 영세 매장(Tier 3)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하락 중입니다.
1층 대로변에 위치해서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권리금 주고 들어간 동네 1층 상권의 손님들은, 이미 시력검사만 대충 받고 2층에 있는 반값 체인점으로 올라가고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1층 매장의 3년 폐업률(14.0%)과 2층 이상 매장의 폐업률(15.5%) 차이가 좁혀지며, 1층 상가의 메리트가 상실되고 있습니다.
이 치킨게임의 결과는 자본 계급별 폐업률 격차로 여실히 드러납니다.
(초소형 개인 매장의 압도적인 구조적 한계)
자본력을 앞세운 Tier 1 대형 매장의 3년 내 폐업률은 2.8%에 불과하지만, 개인 매장(Tier 3)의 3년 내 폐업률은 14.9%로 무려 5배나 높습니다.
1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을 찾는데만 집중하여 상권분석 사이트 한 번 돌아보지 않고, 아이템을 잘 선정했으니 이제 목좋은 곳에 개업만 하면 된다며 덜컥 1층 상가부터 계약하는 건 자산을 허공에 뿌리는 짓이라는 것을 데이터를 통해 알 수 있습니다.
10평 미만 소자본 창업의 구조적 한계와 과투자의 늪
동네 개인 안경점 매장들이 1층에서 버티지 못하고 가장 먼저 무너지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물론 여러가지가 있겠고, 누구나 상상할 수 있는 큰 이유는 바로 높은 임대료겠지요.
하지만 임대료를 비롯해서 보여주기식 투자, 쓸데없는 과잉장비로 대표되는 과투자가 바로 빠른 폐업을 재촉하는 요인이라고 데이터는 말해주고 있습니다.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정말 씁쓸한 현상이 나타납니다. 3년 안에 단기 폐업한 매장들과 살아남은 장기 생존 매장들의 면적과 장비 수를 교차 검증해 보았습니다.
(폐업 매장이 더 좁은 곳에 비싼 기계를 더 많이 깔았다)
장기 생존하는 매장들은 평균 면적이 30평(98제곱미터)으로 넓고, 총 장비 수는 7.2대 수준입니다. 그런데 3년 내에 폐업한 매장들을 보시죠. 평균 면적은 23평(78제곱미터)으로 훨씬 좁은데, 장비 수는 7.5대로 오히려 생존 매장보다 많습니다.
매장은 좁으니 큰 매장보다 손님을 끌기에 경쟁력이 더 적고 아무래도 적은 손님이 올텐데 장비는 더 많습니다. 그러니 투자대비 효용이 안좋겠지요.
(렌즈를 많이 깔아둘수록 폐업률이 상승한다고?)
세부 데이터를 보면 더 기가 막힙니다. 돈 아낀다고 10평 미만의 초소형 매장(폐업률 22.4%)을 얻어놓고, 정작 렌즈 가공기나 절단기 같은 고가의 기계는 폐업 매장(1.6대)이 생존 매장(1.4대)보다 더 많이 사들였습니다.
이게 바로 소자본 창업자들의 가장 뼈아픈 착시 현상입니다. 안경점의 장비들은 또 싸기나 한가요? 굉장히 비쌉니다. 매장은 좁은데 전문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강박 때문에 저런 비싼 광학기기를 ,수천만 원짜리 기계를 풀할부로 꽉꽉 채워 넣습니다.
표본 렌즈(견본 전시품)도 벽면 가득 채워 넣지만, 데이터상 렌즈를 많이 전시한 상위 20% 매장의 폐업률(14.6%)이 하위 20% 매장(9.3%)보다 오히려 높았습니다. 그렇다고 장비 없이 매대만 까는 온라인 픽업 팝업스토어의 폐업률도 17.3%로 전체 평균을 훌쩍 웃돕니다. 아 그럼 어쩌라는거냐? 간단합니다.
팝업스토어 식 운영은 피하고, 그다음에는 장비를 많이까는건 조심해라 라는 결론을 얻게되는것입니다.
결국 매달 비싼 1층 월세에 기계 감가상각까지 맞고 나면, 마진율이 70%라도 남는 게 없습니다. 현금흐름(캐시플로우)이 마비되는 구조적 한계에 부딪히는 겁니다.
상가 원상복구 비용 : 장례치를돈도 마련해놓고 죽어야
그렇게 적자를 견디다 3년 만에 두 손을 들고 엑시트(Exit)를 하려 하면 어떻게 될까요? 수천만 원을 주고 산 그 번듯한 장비들은 중고 업자에게 고철값에 넘겨야 합니다.
더 무서운 건 그다음에 기다리고 있는 상가 원상복구 비용입니다. 바닥 타일, 천장 조명, 벽면 진열장까지 전부 뜯어내고 처음 텅 빈 공실 상태로 돌려놓아야 하는데, 이 철거 비용으로 수천만 원이 또 증발합니다.
특히 아래 표에 정리된 ‘전국 폐업률 상위 10개 데스밸리 지역’에서 장사를 시작하셨다면, 이 매몰비용의 늪에 빠질 확률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갑니다.
(최근 10년 기준, 창업 후 3년 내 폐업률 높은 시군구)
| 순위 | 지역구분 | 총 개업수 | 3년 내 폐업수 | 3년 폐업률 |
|---|---|---|---|---|
| 1 | 서울 영등포구 | 63개 | 17개 | 27.0% |
| 2 | 서울 중구 | 118개 | 30개 | 25.4% |
| 3 | 서울 강동구 | 58개 | 14개 | 24.1% |
| 4 | 인천 부평구 | 50개 | 10개 | 20.0% |
| 5 | 서울 마포구 | 99개 | 18개 | 18.2% |
| 6 | 경기 하남시 | 50개 | 9개 | 18.0% |
| 7 | 서울 강남구 | 136개 | 23개 | 16.9% |
| 8 | 경기 고양시 | 132개 | 22개 | 16.7% |
| 9 | 경기 안산시 | 66개 | 10개 | 15.2% |
| 10 | 서울 서초구 | 81개 | 12개 | 14.8% |
퇴직금 다 날리고 매몰비용의 늪에 빠진 사장님들이 마지막으로 하는 일이라곤 구청 홈페이지에서 소상공인 폐업 지원금 타먹는 방법을 검색하거나, 정부지원사업자대출과 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만기를 막지 못해 개인회생 기각 사례를 뒤적거리며 법무사를 찾아가는 것뿐입니다.
높은 마진율? 무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안경점은 재고가 안 썩는 게 아니라, 고가의 장비와 인테리어가 통째로 썩어 들어가는 무서운 장치 산업입니다. 진입장벽이 높고 마진율이 좋다는 업종조차 팩트 데이터로 까보면 결말이 이렇게 냉혹합니다.
여러분이 지금 알아보는 그 1인 소자본 창업 아이템은 저 안경점 데이터보다 생존 확률이 높습니까? 원가율 몇 푼 남는다는 프랜차이즈 본사 영업사원의 엑셀 표에 속아 무턱대고 소상공인 사업자대출을 끌어다 쓰는 짓은 당장 멈추어야 합니다. 대출이 필요하다면 희망대출플러스 특례보증 같은 저금리 안전장치를 먼저 확보하고, 매출분석 사이트를 통해 그 동네의 진짜 생존율을 검증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자영업은 낭만이 아니라, 실전입니다.
다음에도 뇌피셜이 아닌, 팩트 데이터로 자영업 시장의 이면을 분석해 돌아오겠습니다.